신앙 생활의 제2막을 기대하며

김홍빈 청년

지난 12주간 양육훈련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연약한 저를 인도해 주시고 때마다 필요한 힘을 공급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대학시절 교내 성경공부를 계기로 주님을 만났고 넘치는 은혜를 공급받았지만 여전히 삶의 운전대를 온전히 주님께 맡기지 못하고 점점 커져만 가는 삶의 문제들에 결국은 지쳐서 한동안 주일성수를 못하고 있던 저를 주님은 올 봄 학기의 시작과 함께 이곳 예일교회로 불러주셨습니다. 처음 받았던 구원의 은혜를 생각할 때나 다시 예배 가운데로 불러주신 주님의 놀라우신 손길을 기억하면 늘 감사하고 마음이 평안했지만, 예배가 끝나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식사를 하며 교제하는 시간이 은근한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전에는 생각하지도 않던 청년예배나 소그룹 모임 등을 참여하게 되면서 ‘주일 낮 예배만 전심으로 드리면 됐지, 다른 모임들까지 할 필요가 뭐 있나? 지금 이 시기가 나의 삶에서 가장 바쁘고 중요한 시기잖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신앙의 친구들과 교제하는데서 느끼는 행복감과 주중에 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영적인 충전을 하고자 하는 새로운 삶의 패턴을 향한 작은 소망들이 그러한 생각을 압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새가족반 수료식을 마치고 목사님 앞에서 양육반 지원서를 작성할 때에는 ‘훈련’이라는 개념에 대한 아무런 소망이 없던 만큼 아무런 부담도 되지 않았었는데, 막상 전인적 치유 수양회를 반드시 참석해야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쓴뿌리가 제거되면 좋겠다는 기대감과 동시에 눈물, 콧물을 흘리며 나의 죄를 주님 앞에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불안감, 두려움이 내 마음 안에 동시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전인적 치유 수양회에서 저는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저의 오른손을 잡아주시며 결코 놓지 않으시리라는 약속을 주셨습니다. 내 마음의 공허를 그 분의 사랑으로 채워주시고 그 사랑을 전하는 자가 되라는 말씀을 저는 분명히 들었고 감격의 눈물로 고백했습니다. 훈련 받기로 뜻을 정하고, 12주간의 양육훈련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양육반은 저에게 새로운 기회였습니다. 이 기간을 통해 삶에 있어서 ‘훈련’의 의미를 깨닫고 순종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원했습니다. 돌아보니 대학 시절 주님을 만났고 매주 성경공부 시간을 통해 넘치는 은혜를 공급받았으면서도 ‘훈련’이라는 의미를 알지 못했고, 가끔씩 부담이 되는 성경말씀이 들릴 때 마다 애써 모른 척 했던 나의 모습들이 차츰 떠오르면서 지금 이 기간이 나의 삶에 던져주는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몇 주간 양육반은 쉬운 훈련처럼 여겨졌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시간처럼 생각되기도 했고 숙제도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큰 부담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수레바퀴의 삶의 요소 한 가지, 한 가지를 자세히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그 방식 그대로는 결코 장성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갈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양육 기간 중 매일 꾸준히 해야 하는 말씀 읽기와 기도에 비교적 성공하고 있는 시기에는 은근히 나 자신의 의로 여기며 ‘이 정도면 하나님이 기뻐하시겠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주님은 환경을 변화시키셔서 다시 무릎 꿇도록 훈련시키셨습니다. 잘 구비되고 멋들어진 신앙인의 모습이 아니라 하루살이처럼 간절히 주님의 도우심과 공급하심을 바라고 매달리는 부족한 자의 모습을 주님은 더 원하신다는 것을 알게 하셨습니다.

양육을 통해서 주님은 저의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켜 주셨지만 그 중 무엇보다도 말씀묵상과 함께 주님과의 교제시간을 늘려주신 것, 영혼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심어주신 것, 그리고 내가 속한 공동체의 의미를 알게 하신 것에 대해 크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매일 매일 주님이 주시는 말씀의 양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분주한 삶 속에서 매번 허둥지둥 의무감으로 말씀을 훑었던 모습을 차츰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부족함이 너무 많지만 그래도 이제 주님과의 조용한 교제시간이 그 어떤 시간보다도 즐겁고 평안한 시간이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또한 전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양육반 과제 중에 최대 부담은 백지전도였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님께서는 놀랍게도 담대함을 허락하시며 밖으로 나아가서 주님께로 돌아가야 할 영혼들을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처음으로 복음을 들고 나선 익숙한 부천의 거리에서 한두 번쯤 나와 어깨를 부딪쳐 내가 인상 찌푸렸을 바로 그 사람들이 하나님의 눈에는 하루 속히 돌아오길 원하시는 귀한 영혼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복음을 전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지만 내가 그들을 위해서 얼마나 더 간절히 기도해야하고 또 준비되어야 하는지 분명히 느끼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필독서 읽기나 양육반 수업 자체를 통해서 내가 속한 공동체를 더욱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양육반 숙제를 나누는 가운데 우리 교회 내의 지체들이 같은 마음, 같은 비젼을 품어야 하며 또 지금 그렇게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양육반을 마치는 주일, 주님은 귀한 영혼을 한 명 붙여주시며 섬기는 사명을 주셨습니다. 내 모습을 보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고, 광풍에 흔들리는 풀처럼 너무나도 연약한 모습이지만 주님께서 공급해 주시는 능력만을 의지해서 이제는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는 자가 되어 먹기만 하는 어린 양이 아니라 어린 양을 먹이는 신앙생활의 제2막을 기대해 봅니다.

서로를 격려하며 기도를 같이 해주던 양육반 4기 식구들에게 감사하고, 지난 12주를 돌아보며 감사를 고백하도록 도와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모든 영광을 돌려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