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기후는 사계절이 뚜렷합니다. 계절의 변화가 어려운 점도 있지만 장점도 많습니다. 우리의 삶도 계절에 비유해서 설명하기도 합니다. 봄날 같은 인생도 있습니다. 소망과 꿈이 있고 계획을 차근 차근 진행합니다. 1년, 2년 뒤가 환하게 보이는 것이 봄날 같은 인생입니다. 삶이 여름 같을 때도 있습니다. 나무가 잎이 돋고, 꽃이 피고, 잘 자라는 것처럼 일도 잘되고 승승장구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이 늘 이럴 수만은 없습니다. 그렇게 대단하던 여름도 곧 계절이 바뀌는 것입니다. 인생이 가을 같을 때가 있습니다. 나무의 열매가 익는 것처럼 인생이 완숙해지고 노련해집니다. 삶을 돌이켜 보면 이뤄 놓은 것도 있고, 보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삶에 겨울 같을 때도 있습니다. 갑자기 낭패를 당하고, 고난을 겪습니다. 실연을 당하기도 하고 실직을 당하며 아픔을 겪습니다. 위기와 어려움을 당했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은 혹독한 겨울 같은 인생입니다.

인생에 겨울이 있습니다.

직장에서 실직을 당하면 본인만이 아니라 가정 전체가 한파를 겪게 됩니다. 허망함을 달래지 못하고 술로 소일하며 정신적 장애를 겪게 됩니다. 노숙자들 중에는 갑자기 닥친 겨울 때문에 거리로 쫓겨 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직만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질병도 깊은 한파를 겪게 합니다. 평생 건강해서 병원 한 번 가보지 않았는데 몸에 이상 징후로 진찰 받게 되고 입원하고 입원이 길어지면서 직장도 잃게 되고 삶이 막막해 집니다. 겨울입니다. 잘되던 사업이 갑자기 기우뚱하더니 부도가 나고 손 쓸 수 없게 됩니다. 잘 될 때는 사람들이 모여 들더니 사람 구경하기가 어렵습니다. 밥 사겠다. 선물 주겠다, 도와주겠다던 많은 사람들이 찬바람만 남습니다. 혹독한 한파입니다. 계절의 겨울은 길어야 4개월인데 인생의 겨울은 기약도 없고 보장도 없습니다. 이런 한파 앞에서 나에겐 실패가 없다고 큰소리 칠 사람은 없습니다. 태평양을 쪽배로 건너도 보장만 있으면 스릴 만점입니다. 그런데 인생은 보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인생을 자만할 수가 없습니다. 겸손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자들도 광풍을 만났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갈릴리 호수를 항해하다 광풍을 만났습니다. 광풍은 미친 바람이라는 말입니다. 광풍에는 경험도, 재주도, 뚝심도, 인간의 어떤 것도 통하지 않습니다. 흔들리는 배에서 넘어지고 자빠지면서 예수님이 주무시는 곳까지 굴러 갔을 것입니다. 주무시는 예수님을 보고 외쳤습니다. “주여! 우리가 죽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일어나셔서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니 잔잔하게 되었습니다. ”너희 믿음이 어디있느냐?“(눅 8:25). 심하게 표현하면 ”눈은 뒀다고 무엇하느냐?“ 즉 신앙생활은 눈을 제대로 뜨고 보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배를 타기 전에 예수님의 능력을 똑똑하게 보았습니다. 문둥병 고치는 것, 백부장의 종을 고치는 것, 베드로의 장모 열병 고치는 것, 그런데 막상 자기들이 당할 때 모두 까맣게 잃어 버렸습니다. 그 많은 것을 모두 남의 것으로 보았지 자기 것으로 체험하지 않은 것입니다. 인생의 위기는 이런 신비한 눈을 뜨게 합니다. 겨울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겨울은 예수님을 찾게 합니다.

예수님을 윤리적으로 만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고상하신 예수님, 잘 믿으면 좀 더 고상하고 인격적으로 존경받는 삶을 삽니다. 그러나 큰 힘은 없습니다. 진정한 예수 그리스도는 고난의 때에 나타납니다. 겨울은 윤리적인 예수, 도덕적 차원을 넘어섭니다. 사람이 고난 당하는 것이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난을 통해 진정한 능력자, 생사의 주관자, 삶의 성패를 관장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됩니다. 이 때부터 비로소 신앙인이 되고 신앙의 맛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겨울의 호된 훈련을 통해 인생을 실감나게 가르쳐 주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