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매우 이성적인 사람도 위기 앞에서는 이성을 잃고 당황하게 됩니다. 이때에 사람의 진면목을 보게 됩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이 동쪽으로 이동하여 바다와 믹돌 사이에 머물렀습니다. 천혜의 요새이지만 배후 공격에는 전혀 대비가 안되는 곳이었습니다. 바로가 막강한 군대를 거느리고 추격해오는 것을 보고 이스라엘은 공포에 떨며 낙심하고 좌절하게 되면서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합니다. “모세가 백성에게 이르되 너희는 두려워하지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 너희가 오늘 본 애굽 사람을 영원히 다시 보지 아니하리라”(출 14:13). 이스라엘의 출애굽은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기적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능력을 다 잊어버리고 애굽의 군대만 보고 이성을 잃은 것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위기 앞에서 인간의 허우적거림은 더 깊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합니다.

믿음은 주 앞에 조용히 서는 것입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제 힘으로 나오려고 발버둥을 치기에 물에 뜨지 않고 계속 물속으로 가라앉습니다. 물속에서는 몸에 힘을 빼고 물에 자기 몸을 맡기면 저절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훈련해야 터득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통하여 「가만히 서서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라」고 하였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것은 모든 불안과 불평을 잠재우는 「영의 침묵」. 말을 넘어선 침묵의 기도. 하나님을 바라보는 신뢰, 훈련을 가르킵니다. 영어 단어에는 리트릿(Retreat)이라고 합니다. 복잡한 상황과 거리를 두고 영혼을 숨쉬게 하며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 앞에 조용히 물러서 있는 것이 믿음인 것입니다.

믿음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홍해를 건너 애굽을 완전히 떠나기 전에 한 훈련은 하나님 앞에 조용히 서는 것입니다. 조용해야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위기 앞에서 우리가 팔걷어부치고 휘젖는 동안 하나님은 한쪽에 비켜서서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위기현장에서 뒤로 물러서고 하나님이 그 현장에 들어오시게 하는 것이 진정한 믿음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우리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말합니다.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롬 10:17). 주께서 무엇이라 말씀하시는지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들으라는 것입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대신 싸우시는 것을 지켜보라고 하십니다. 두려움으로 아우성을 치던 이스라엘이 이 음성에 평정을 되찾고 절망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우리가 성경말씀을 통해 주의 음성을 듣는 순간 힘과 능력을 얻게 됩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현장에서 내 활동이 너무 크고 내 소리가 너무 강하기에 하나님의 음성을 못듣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믿음은 순종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것은 말씀대로 움직이고 순종하는 것입니다. 홍해 앞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매우 급하게 몰아치셨습니다. 애굽의 군대가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막아 놓으시고 지금 막 갈라지기 시작한 홍해로 이스라엘을 들어가게 하셨습니다. 건너편 언덕을 보고 들어간 것이 아니라 마치 썰물 때 뭍이 드러나는 것처럼 한걸음씩 홍해 한 가운데로 걸어가게 하셨습니다. 킴윅스(Kim Wickes)라는 한국계 미국인 찬양사역자가 있습니다. 6.25 전쟁 때 시력을 잃어서 맹인이 되었습니다. 10세 때 미국으로 입양되어 음악을 전공하고 복음을 받고 찬양사역자가 되었습니다. 빌리그레함 전도대회 때 멤버가 되어 한국에서도 찬양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의 간증 중에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람들이 앞을 보지 못하는 나를 인도할 때 100m 앞이나 200m 앞에 장애물을 말하지 않습니다. 말해주어도 내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걸음 앞만 말해주면 그대로 따르며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그것이 하나님이 나를 인도하시는 방법입니다. 홍해를 들어선 이스라엘만 아니라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걸음씩 순종하고 따르게 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