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아십니다”라는 이 말은 베드로가 부활하신 주님과 재회했을 때에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신 그 질문에 베드로가 대답으로 한 말이다. 주님을 향한 베드로의 마음은 책에서도 열 두 제자들 중에서 가장 순수하다고 기록된 바 있는데, 이 책을 읽은 나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기에 베드로의 입술에서 나왔던 이 짧고 간결한 고백이 결코 단순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가 없었다. 자신의 부족함과 부족함에도 일으켜 세워주셔서 주님의 일을 감당케 하시는 그 은혜를 사모하는 마음, 그리고 주께서 우리게 베푸신 것에 비하자면 너무나 보잘 것 없지만 주님을 사랑한다는 이 모든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는 이 말은 언제 들으나 정말 귀하고 아름다웠고 내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지난, 양육반을 지내는 기간 동안 내 삶은 너무나도 황홀했다. 부족한 나임에도 내게 예비하신 영혼을 보내주시어 행복모임을 통해 복음을 듣게 하셨고, 또 내 일상 속에 모든 것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하고 계시다는 것을 늘 깨닫게 해주셨다. 그렇기에 나 역시 그런 하나님께 내 마음을 드리길 원했었고, 하나님과 진정으로 화목한 관계를 누리는 사람이 되길 사모했다. 그러나, 양육 훈련을 마치고 방학기간이 계속해서 길어지면서 내 마음 안에 하나님과 소통하길 원하는 마음들은 차츰차츰 사라져갔다. 내 입술에서 ‘주님, 내가 주님 사랑하는 거 주님도 아시죠?’라는 고백이 나오긴 했었지만, 베드로의 저 순수한 고백과는 그 의미에 큰 차이가 있었다. 고백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울 만큼 교만함이 묻어나왔으며, 심지어는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말조차 입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주님과의 관계는 더더욱 멀어졌는데, 나는 무뎌 질 대로 무뎌져 이것을 문제 삼지도 않고 있었고 하나님께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지난 하반기 양육반을 이행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과 그 때의 나의 모습의 차이를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것이다. 이것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나의 죄악들을 하나님께서는 철저하게 회개하게 하셨고, 그 죄악으로부터 피어나왔던 마음의 어려움도 모조리 쏟아내게 하셨다.

그렇게, 주님 앞에 진실로 모든 것을 털어놓고 새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서 다시금 바로 서리라’ 다짐하며 동시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던 나의 모습 때문이었는지 그것에 대한 중요성에 관해 서술한 내용들이 가장 먼저 보이고 느껴졌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 안에 있는 죄악으로 인해 형벌을 면치 못하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그렇기에 스스로 낮아지시어 인간의 육신을 입어 우리에게 친히 찾아와 주시고, 우리의 죄를 대속하여 주셨다. 이것은 우리의 죄로 인해 멀어져 있던 관계 속의 벽을 허무시고 주님께서 먼저 우리에게 다가와 주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크신 하나님의 은혜는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님을 머리로는 다 알고 있지만, 쉽사리 이것을 망각하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는 이것을 절대 당연히 여기지 않고 구원을 통하여서 보여주신 하나님의 무한하신 사랑을 묵상함으로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를 누릴 것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인생을 살아갈 때, 우리 스스로 그 인생을 살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가, 받아들이지 못하는가에 대한 것은 하늘과 땅 차이와 같다. 죄인이었던 우리는 날 때부터 부족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우리의 힘을 의지하다 보면 결국 그 끝은 낙심과 좌절에 도달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내가 어디에 서있던지 하나님께서 항상 나와 동행하여 주시고, 전지전능하신 분께서 나를 바라봐 주신다는 사실이 마음 속 깊이 자리할 때에 이에 대한 감격과 기쁨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죄인이었던 우리와 눈높이를 맞춰 주시기까지 하시어 높으신 분께서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고 한없이 낮아지셨다는 것을 기억하고 이를 묵상한다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가 넘쳐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하나님께서 살아 계시고 나에게 더없이 큰 은혜를 허락하여 주시는 것을 느낄 때, 우리의 삶은 제자들이 예수님께서 처형당하신 직후에 보였던 모습처럼 두려움에 떨며 낙심하고 좌절에 빠지는 것이 아닌, 평안이 허락되고 주님의 능력에 의해 승리하는 삶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또 그 안에서 경험하는 주님의 위대하신 능력을 높이고 찬양할 때에 우리는 주님과 화목하고 깊이 있는 인격적 관계를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개인의 축복을 누리는 삶에서 멈춰서는 절대 안된다. 예수님을 영접하고 너무나도 기뻐하며, 자신의 신분과 처지를 잘 알고 있음에도 곧바로 사람들에게 달려가 그 기쁨을 전했던 우물가의 여인처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그 은혜를 누렸다면, 그것을 전해야만 한다. 내 삶의 변화를 통하여 우리가 누렸던 그 기쁨을 주님을 모르는 이들에게 알려야 한다. 하나님의 살아 계심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왕 되심을 선포하면 놀라운 역사가 일어난다는 것을 말이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대답을 들으시고는 ‘내 양을 먹이라’라고 말씀하신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보여주셨던 삶의 모습의 흐름상 예수님께서 하셨던 그 일들을 베드로 역시 감당하길 원하시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베드로가 이것을 의무적이고 기계적으로 감당하는 것이 아닌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기반으로 스스로 하기를 원하셨다. 이 때문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물으실 때에 당신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 강조하듯 물으셨고, 스스로 진실된 고백을 내뱉길 원하셨다. 곧이어 이것은 베드로에게 만이 아닌 나에게 던지시는 질문으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나는 질문에 대해 앞으로 나의 삶의 방향성에 관하여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으셨고, 육신을 입어 스스로 고난 받으셨다. 주님께서는 마음을 다하여 우리에게 다가와 주셨다. 어떤 것보다도 진실하시고 무한하신 사랑을 보여주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하나님께 그런 마음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마땅치 않을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보면 ‘내 양을 먹이라’라는 내게 주신 주님의 사명 앞에 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것을 위해 마음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진실한 사랑은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한다. 주님을 향한 진실한 마음을 토대로 ‘내 양을 먹이라’라고 말씀하시며, 우리에게 주어주신 사명에 주님께서 주시는 능력을 의지하여 아낌없이 내 삶을 드리고 순종하는 것이 우리의 삶의 비전이 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주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주님과의 깊이 있는 관계를 통해 사명에 대한 확신을 잃지 않고, 우리의 존재 이유를 기억하여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나타내실 귀한 영광의 순간을 우리는 바라보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 ‘역사의 주역’이 되고자 해야 한다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사실, 이 글의 내용은 내가 원하고 바랬던 참된 그리스도인의 모습들이었기에 대부분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고, 때문에 조금은 강요하는 어투로 서술한 것이 없지 않아 있다. 앞서 서론부에서도 언급했 듯, 이런 모습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써내려 간 것 같다. 지난 날의 나는 말씀과 기도를 사모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말씀과 기도가 없이는 하나님과의 신뢰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이 책에서는 분명하게 짚고 있다. 그렇기에 더 이상 나는 그것들을 사모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지금으로써 내가 주님 앞에 마음을 다해 행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해봤을 때, 수레바퀴를 통해 주님 앞에 바른 삶을 사는 것과 더욱 더 말씀과 기도를 사모하는 것뿐이었다. 내 마음을 다하여서 수레바퀴를 감당하고, 이를 통해 하나님과의 더욱 깊이 있는 관계를 누리며, 훗날, 하나님께 ‘역사의 주역’으로서 귀하게 쓰임 받기 위해 준비되고 성숙해지는 것이 지금의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번 제자학교와 앞으로 내가 거쳐야 할 두 날개 프로세스를 통해 이러한 바람을 성취하고 앞서 나 스스로에게 당부했던 모습들에 궁극적으로 도달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