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부 A1셀 박주안입니다.

저는 최근에 있었던 2022년 필리핀 여름 아웃리치에 참여하였습니다. 아웃리치 신청은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으로 수능을 앞두고 있었고, 아웃리치 신청 당시만 해도 1차, 2차 지필고사와 생활기록부 마감을 위한 학기말 프로그램 등 할 일이 넘쳐났습니다. 심지어 여름방학은 주말을 제외하고 9일이라는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이었고, 아웃리치는 뿐만 아니라 청소년부 여름 수련회에 참여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바쁜 일정들과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아웃리치는 저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제 생각과 달리 부모님께서는 아웃리치 참여를 권하셨습니다. 깊은 고민에 잠긴 그때 하나님께서는 2018년 필리핀 겨울 아웃리치에 참여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셨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갔던 아웃리치에 대한 아쉬움이 늘 있었고, 그로 인해 다시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바쁜 일정과 비용에 대한 부담이 가로막았습니다.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 어메이징 캠프에서 아웃리치에 대해 기도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도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즉시 응답하셨고, 참여하라는 마음을 크게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그렇게 아웃리치를 신청하게 되었고, 신청만 했을 뿐인데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아웃리치 비용은 2월에 확진됐던 코로나 지원금으로 채워졌고, 걱정했던 학원 스케줄은 걱정했던 것이 민망해질 만큼 수월하게 풀렸습니다. 모두 하나님께서 하셨습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잘 풀리던 중 아웃리치 준비기간이 다가옴과 동시에 방해도 찾아왔습니다.

새벽기도 필수 참석 기간과 시험 기간이 겹쳐져 수면시간이 부족해졌고, 낮과 밤이 뒤바뀌면서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너무 늦게 잠든 날은 새벽기도에 불참하게 되었고, 제가 안가는 날 새벽기도에는 기도짝 분들만 오시게 되었습니다. 이따금 새벽기도에 나갈 때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고, 아웃리치 직전까지 머릿속에는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아웃리치 기간은 코로나로 인해 6일에서 5일로 줄어들었고, 필리핀 항공의 일방적인 비행기 시간 변경으로 또다시 4일로 줄여졌습니다. 아웃리치에 대한 의지와 정체성이 흔들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출국 당일 저는 이런 무기력한 마음을 가지고 교회에 집합하였습니다.

그런데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에 목사님께서 짧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우린 바늘 끝이다. 바늘에서 가장 작고 예리한 부분이 먼저 옷감을 비집고 들어가 주기 때문에 뒤에 바늘귀와 실이 따라 들어올 수 있다. 2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아웃리치에 우리는 바늘 끝이되어 가는 것이다. 이 짧은 말씀으로 공허했던 제 마음에 기대감과 의지가 생겼습니다.

많은 일들 끝에 새벽 3시 비행기를 타고 출국하여 필리핀 공항에서 아침을 맞았습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예민한 상태로 현지 전도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필리핀은 우기여서 비가 왔고, 저는 준비한 우비를 입고 전도를 나갔지만,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와 여전히 내리는 비 때문에 전도는 힘들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제 부정적인 생각을 뒤엎으시듯 전도가 시작되자마자 비를 그치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팀을 이루어 전도를 하던 중 제가 처음으로 전도한 사람은 67세 할머니였습니다. 부족한 연습량으로 인해 이상한 발음을 가지고 그냥 전도 카드를 읽기만 했는데,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습니다.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하나님께서 일하심을 두 눈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부정적인 생각들과 멋대로 판단한 것을 회개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첫날이 지났고, 체력적인 고단함을 느낄 순간도 없이 하나님께서는 다른 많은 은혜들도 부어주셨습니다.

두 번째 날에는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맑은 날씨를 주셔서 수월하게 전도를 시작했습니다. 현지인에게 가벼운 인사와 이름을 묻는 것으로 말을 걸고, 백지전도로 복음을 전했습니다. 복음을 순수하게 잘 들어주는 현지인들을 보며 전도하는 모두가 예비 된 영혼과 같이 느꼈습니다. 하나님은 필리핀 영혼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구하던 기도 제목에 확실히 응답하셨습니다. 뜨거운 날씨임에도 즉석 행복모임인 해피미팅을 열었고, 정말 많은 현지 아이들이 함께 찬양하고 말씀을 듣고 영접기도까지 하였습니다. 전도를 하는 순간마다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것에 날씨, 상황 등은 절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전도를 마치고 저녁에 교회별로 모여 나눔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 받은 은혜를 나누는 가운데 아웃리치 전체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게 되었고, 아웃리치에 참여한 모두가 더 돈독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정말 빠르게 지나가고 어느덧 마지막으로 전도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전도에 임했고, 다른 팀원이 전도하고 있을 때는 옆에서 전심으로 도고기도를 했습니다. 한 번은 들쥐가 바닥을 기어 다니고, 도마뱀이 벽을 타는 현지인 집에 들어가 동전 예화를 했습니다. 벌레를 정말 싫어하는 제가 현지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바퀴벌레 사체가 보이는 바닥에 앉아 기쁨으로 찬양을 불렀습니다. 제가 백지전도를 했던 현지인이 해피미팅에 나오면 그 어떤 것보다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아웃리치 짧은 기간 동안 하나님께서 저를 변화시키신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전도를 끝내고 돌아갈 때, 제가 동전 예화를 했던 할머니가 진짜 행복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북받쳤고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내가 전도한 사람이 구원을 확신할 때, 그리고 하나님께 쓰임 받았을 때가 가장 큰 행복과 기쁨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보다 더 큰 행복과 기쁨을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그날 밤 교회로 복귀하고 헌신예배에 참여하였습니다. 모든 예배 순서에서 주시는 은혜들이 풍성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교 헌신의 시간이 다가왔고, 찬양을 부르는데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단기 선교사를 사모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한편으론 앞에 나가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헌신의 자리를 앞에 두고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께서는 그분이 계획하셨던 것들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코로나 확진부터 이번 아웃리치 자리에 저를 계획하셨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그냥 일어난 것이 아닌 모두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것을 그 자리에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웃리치 기도 제목에 대한 응답으로 헌신이라는 답을 보여주셨습니다. 앞에 나가 헌신을 했고 그 헌신은 단기 선교사라는 새로운 목표를 발견하게 됨으로써 제게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에 대한 압박감으로 강퍅해져 있습니다. 이런 압박감 속에서 새로운 비전을 발견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파송 받는 날까지 성실히 준비되어질 것입니다. 아웃리치에서 느꼈던 행복과 가치들을 기억하며 하나님 나라 가치관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항상 뒤에서 기도해주시고 응원해주시며 물질로 후원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새벽을 깨워 옆에서 기도해주시고 응원해주신 기도짝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옆에서 함께 하며 힘이 된 아웃리치 멤버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항상 바늘 끝 중의 끝에 위치하셔서 이끌어 가시는 예일교회의 기둥 되시는 담임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아웃리치에 저를 계획하시고 새로운 비전을 주시고 행복한 고3을 만들어주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와 영광 올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