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점심시간, 연동교회에서 하는 직장인 예배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배고프다고 말하는, 다리를 잃은 한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회사동료와 길을 가던 저는 마음에 걸려 되돌아와서 그 아저씨에게 말했습니다. “연동교회 가서 예배드리면 점심 드려요. 같이 가실래요?” 했더니 “됐어요.”라는 퉁명스러운 대답에 우리는 가던 길로 가며, 투덜거리면서 말했습니다. “싫으면 말고. 배고프단 말을 하지 말던가.” 우리가 더 상처를 받은 듯. 그렇게 예배에 갔습니다.

찬양을 하는 내내 하나님은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밥보다 못하더냐? 왜 예수의 이름을 전하지 않았냐” 당시 내 눈에는 신음하는 영혼은 보이지 않고, 불편한 육체만 보였습니다. 순간 바리새인이 된 듯했습니다. 우린 할 말을 했다고. 거절한 건 아저씨니깐 우리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 교만함을 보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이었다면 어떻게 하셨을까. 고치시고 복음을 전하던지, 아니면 복음을 전하고 고치시지 않았을까? 깨어 있지 못했던 나를 보며 얼마나 화가 나고, 눈물이 났는지 모릅니다. 예배 내내 지금이라도 돌아가 볼까? 돌아가는 길에 그 아저씨를 만날 수 있을까? 한 시간 동안 땡볕에 서 있을까?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아저씨가 꼭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아저씨에게 필요한 건 당장은 먹을 양식이지만 영혼은 얼마나 굶주렸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하나님이 제 마음에 말씀하셨습니다. “복음을 전하고, 물질도 주어라. 선교비 후원한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 찾아다니지 말고, 네 눈에 보이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에게 하나님이 주신 물질도 나누어 주어라.” 한 영혼을 구원하는 데 쓰인 물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하나님께 순종하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그 아저씨가 여전히 목발을 짚고 서 있었습니다. 먼저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잠깐만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하며 백지 전도는 했습니다. “어느 쪽의 삶을 살고 싶으세요?”라고 물었더니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행복하세요?”라고 다시 물었더니 행복하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저씨에게 하나님은 그것을 원하지 않으신다고,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 주셨다고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 아저씨는 신이 있기는 한 거냐, 말이 안 된다, 어떻게 흙으로 사람을 만드냐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짧게 짧게 반박을 해드리다가 하나님 사랑을 이야기했습니다. 상처가 많으신 것 같았습니다. 이야기를 한참 하고 나니 “나도 예수 믿는 사람이다”는 고백을 하셨습니다. 목사님들과 교회에서 상처받은 이야기, 싸우고 쫓겨났던 이야기, 그리고 신학 공부도 했었다고. 힘들 때 하나님께 기도했을 때 응답하지 않으신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타락한 목회자 이야기, 본인도 신학공부하고 이렇게 구걸하고 있으니 지옥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확신을 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꼬깃꼬깃 접은 만원 짜리를 꺼내어 이것을 구원이라고 생각해보라고 하며 손을 잡았습니다. 아저씨가 아무리 손을 빼고, 부인하고 싶어도 하나님은 한 번 잡은 손 놓은 적 없으시다고. 아저씨가 하나님 만났으면 좋겠다고. 한 번만 다시 하나님께 기도하고 붙잡아 보라고 했습니다. 검게 그을리고, 잘 씻지 못한 아저씨의 얼굴에서 촉촉해진 눈이 빛이 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 번도 내게 그런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왜 내가 여기서 구걸하는지 아냐고 되물었습니다. 그곳은 한국 기독교백주년 기념관과 연동교회 사이. 날마다 수백 명의 그리스도인들이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곳입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리스도인인데, 지금까지 그의 마음을 헤아린 사람이 없었다니 속상하고 그 상처들이 느껴졌습니다. 곪아 있는 상처, 더 곪게 하며, 비관하며 하나님을 부인하고 싶어 하는 그 마음. 예수 믿는 사람 뭐가 다르냐고, 너희도 세상 사람들이랑 똑같지 않냐고. 상처를 스스로 만들어서 받고 계시는 그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기도해 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는 까맣고도 거친 그 손을 잡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에서 축복하며 기도했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며 마치는데 아저씨가 “아멘” 하셨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내 백성을 위로하라” 하신 말씀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서 받은 상처들을 그분의 입으로 고백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 도구로 저의 입술을 사용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순종하게 하신 하나님께, 동행하신 성령님께 우릴 구원하신 예수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혼자서는 전도 못 하겠어요. 동역자를 주시던지요.’라고 했던 내 투정에 성령님께서 ‘내가 너의 동역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령님이 동행하시는 것 알고 있으면서 괜히 부려본 투정들.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하시고, 음성 듣게 하시고, 깨닫게 하시고, 순종함으로 행동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순종이 행복입니다. 그리고 역시 제 삶의 주인은 하나님이셨습니다. 영혼 구원하는 전도자의 삶과 아버지의 백성을 위로하는 권위자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 그러나 잘 안되는 삶. 그렇지만 날마다 복음을 전할 수밖에 없게 만드시는 하나님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