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필리핀 12호 단기선교사 이상은입니다.

먼저 이렇게 이 자리에서 간증할 수 있도록 1년 동안 저의 영과 육을 보호하시고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예일교회에 출석하였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 당시 청소년 담당 전도사님은 청소년들을 이끌고 한국에 정박한 둘로스호를 방문하였습니다. 이 둘로스호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커다란 배였습니다. 저는 둘로스호 안에서 강력한 복음의 열정을 처음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저는 선교사가 되어 전 세계를 누비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선교사라는 비전을 마음에 품고 살게 되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직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돕는 배필을 붙여주셔서 결혼을 하며 가정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12월 저희 부부는 예일교회 12호와 13호로 단기선교사가 되어 필리핀으로 파송을 받게 되었습니다. 둘로스호에서 다짐했던 선교사의 비전이 22년 만에 이루어지는 감격의 순간이었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1년 동안 금전적인 활동과 삶을 내려놓기까지는 많은 염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필리핀에 도착했을 때 걱정과 염려는 어느새 없었고, 앞으로 보게 될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한 기대감만 제 안에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마닐라와 마리키나라는 지역중 마리키나 지역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사역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맡게 되는 어린이, 청소년 사역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너무나도 친절했습니다. 언어가 서툴렀지만 청소년 아이들은 저를 기다려 주었습니다. 천천히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전도도하고 목장 모임도 하며 행복한 사역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엔 마리키나 지역 전도가 있습니다. 마리키나 선교사들과 성도들이 함께 하는 전도의 시간입니다. 전도에 참여한 인원들은 백지전도로 복음을 전했습니다. 백지전도와 동전비유 그리고 예배초청까지 능숙하게 이어가는 성도들을 보았습니다. 필리핀에서도 잘 훈련 된 일꾼들이 많고, 복음의 열정 또한 우리에게 뒤처지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마리키나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배당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로나를 비롯하여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로 마리키나 교회는 문을 닫은 상태였고, 마리키나 성도들은 매주 금요일과 주일에 약 1시간을 이동해 마닐라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렇게 3년 가까이 예배와 신앙을 지킨 성도들도 있었지만, 금전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성도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도를 해도 예배에 초청하기란 너무 어려웠습니다. 마리키나에서 마닐라까지의 거리는 너무 멀었습니다. 또 가난하여 차비도 없던 마리키나 사람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전도를 하고 관계맺기를 하여 마음이 열린 BEST들이 있었지만 함께 예배드릴 수 없는 상황에 전도의 의미마저 부정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참 마음이 어려웠습니다. 우리에게는 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대안이 필요했습니다. 선교사들은 이 근본적인 문제를 놓고 회의를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비전센터 부지가 있었음을 떠올렸습니다. 그 땅은 이미 두날개 선교회에서 구입해 놓은 땅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지를 활용하여 예배를 드리자는 의견이 나왔고, 현지인 사역자들과 회의를 거듭하여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기도편지의 자주 실었던 “YES WORSHIP“이 바로 이 예배입니다. 이 이름의 YES는 ”너는 특별한 것을 경험하게 될거야“ 라는 줄임말입니다.

기도를 많이 하면 그 장소에 기도가 쌓이게 되고, 그로 인해 영적인 분위기와 흐름이 변화합니다. 선교사들은 매주 토요일 전도 후 비전센터에 가서 찬양하고 기도하며 YES WORSHIP을 준비했습니다. 시간이 없던 선교사들은 항상 점심은 간단히 빵을 먹었습니다. 그마저도 놀러온 아이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다시 마리키나에서 예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동기부여를 해주었습니다. 땅에는 꽃씨도 심고, 삭막한 벽에 그림도 그렸습니다. 그리고 예초기를 구입해 풀도 깎았습니다. 전기와 수도를 연결하였고, 천막을 치고 망치질과 톱질도 많이 했습니다. 어떤날은 의자에 올라 작업하다가 미끄러져 떨어진 선교사도 있었습니다. 땀도 많이 흘리고 배도 고팠지만 너무 행복했습니다. 너무 즐거웠습니다. 마리키나에서 예배가 다시 시작되어 찬양이 울려 퍼지고 하나님이 축복하시는 마리키나를 상상했습니다.

준비가 끝나고 예배 당일이 되었습니다. 마닐라 성도들과 선교사들도 와서 함께 총전력 전도를 진행하였습니다. 하나님은 강력하게 일하셨습니다. 새로운 새가족만 100명 가까이 초청되었습니다. 6개월간 이 예배는 지속되었습니다. 놀랍게도 마리키나 교회가 다시 세워지기 위한 조건들이 점점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마리키나 교회가 다시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이 비전센터에서의 예배는 멈추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교회가 생기기 전까지 지속하자는 의도였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그렇게 마리키나에 교회가 다시 생기고 예배가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마닐라까지 거리가 너무 멀었기 때문에 마리키나에는 어린이 예배가 없었습니다. 어린이 예배를 준비하고 돕는 보조교사들이 세워졌습니다. 그들과 함께 교회 주변의 마을부터 전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명도 없던 어린이 예배에 지금은 지속적으로 50명 정도의 어린이가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청소년 예배에도 부흥이 있었습니다. 예전의 예배 참석인원은 보통 10명에서 15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30명에서 40명 수준의 청소년이 예배를 드리고 있고, 매주 적게는 한두명 많게는 10명 정도의 청소년들이 새가족 등록을 하고 있습니다. 또 본격적인 훈련도 차근차근 진행되어 갔습니다. 교회가 다시 생긴후 첫 양육반 훈련이 시작되었는데, 그 인원이 무려 30명이 넘었습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매일이 감사했습니다.

저의 1년은 땀 그리고 감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참 많은 땀을 흘렸습니다. 가방엔 항상 여분의 옷을 넣어두고 다녔습니다. 마리키나 교회의 필요한 여러 가지 공사도 돕고 진행하면서 허리도 많이 아파 며칠씩 일어나지 못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땀과 통증 뒤에 하나님은 언제나 제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멋진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하나님은 비전을 주시고 비전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는 상황을 주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과 고난도 주셨지만 시간이 지나 하나님의 때가 되었을 때 가장 멋진 것을 주시는 하나님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마리키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문득 이런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도할 곳이 없어서 길거리 나무 밑에서 기도하던 때, 전도를 해도 초청할 수 없어서 마음에 어려움이 있던 때, YES WORSHIP의 준비를 위해 새벽 4시, 5시까지 회의를 하던 때를 기억합니다. 지금은 그 모든게 잊혀질 만큼 새로운 기억들과 새로운 사람들이 마리키나 성전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들로 교회가 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보았듯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은 반드시 하나님의 일을 이루십니다.

선교생활 중 사람과의 관계, 개인의 신앙 등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앞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피했던 사람입니다. 부담스럽고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교사는 뒤에 숨어있을 수 없습니다. 이렇듯 어떤 상황에서 내가 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그것을 하기에는 부담이 되고 두렵습니다. 이것은 마치 하나님이 저에게 니가 약한 부분이 바로 이곳이다. 이부분을 성장시켜라 추후에 이 성장이 반드시 필요한 때가 올 것이다 라는 하나님의 의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제 귀국하여 그토록 기대하던 예일교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1년이란 시간은 타인에게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교정해줄 만큼 중요한 시간이었음을 감사와 함께 고백합니다. 단기 선교사였지만 하나님의 일하심과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망하는 것이 있다면. 하나님이 일하시는 가문이 되길 소망합니다. 하나님의 일을 깊이 이해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꾼들이 쏟아져 나오는 은혜를 주시길 원합니다.

저의 삶의 방향이 선교사적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주십시오. 하나님의 일하심에 민감하게 응답하고 순종하는 가정이 되게 기도해주십시오.

끝으로 예일교회 12호 단기선교사로 파송해주신 예일교회와 저의 스승 되시는 강승신 담임목사님, 그리고 기도로, 또 재정으로 끝까지 함께 동역하며 헌신해주신 보내는 선교사님, 성도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행복한 사역 하고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렸을 적 선교사의 비전을 품고, 이룰 수 있게 하시고, 1년의 귀한 시간을 무사히 지켜 보호하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