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차 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의 왕이 유명한 기독교 목사인 가가와 도요히꼬(賀川豊彦,1880~1960)를 청하여 질문하였습니다. “선생이 믿는 하나님, 미국인이 많이 믿고 있는 기독교의 하나님은 어떤 신이신가?” 어리둥절한 가가와 도요히꼬는 즉시 대답을 못하고 3일이나 지난 다음에 왕을 알현하고 대답했습니다. “하나님은 나같은 분이십니다.” 나. 가가와 도요히꼬는 기생첩의 아들로 태어나서 젊을 때 폐결핵에 걸려 죽게 되었습니다. 의사는 두 달 밖에 못산다고 하였습니다. 그때부터 빈민가에 들어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살았습니다. 두달 뒤에 죽은 것이 아니라 매우 건강해져서 고베 신학교를 거쳐 미국 프린스톤에 유학하고 빈민들과 농민들을 돌보며 사회 사업을 하는 성자가 되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기에 불러서 물었던 것입니다. 왕은 이런 답을 주었습니다. “만일 기독교의 하나님이 목사님같은 분이라면 미군이 들어와도 일본은 두려울 것이 없겠다.” 패전으로 국가가 망하게 되었는데 점령군이 당신 같은 사람이 되는 하나님을 믿는 다면 아무런 걱정이 없다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발을 씻겨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잡히시던 날 밤에 대야에 물을 떠다가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셨습니다. 그 중에는 이미 마귀에게 사로 잡혀 예수님을 팔아버릴 생각을 하고 있는 제자도 있었고 저 잘났다고 흔들어 대는 제자들도 있었습니다. 베드로는 강하게 저지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내가 씻어주지 않으면 너와는 상관이 없다고 하였더니 “주여 내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 주옵소서” (요13:9)하며 나서기도 합니다. 몰라도 너무 모르고 엉뚱한 길로 가도 너무 멀리가는 제자들이었습니다. 어디를 보아도 발을 씻어 줄 가치가 전혀 없다고 해야 합니다. 모자라기에 채워주시고 엉뚱하기에 바로 잡아 주시는 분이 기독교의 하나님이셨습니다. 자격이 있거나 가치가 있어서 하신 것이 아니라 발도 씻어 주지 않으면 전혀 길이 없기에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삶의 목표를 정해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고등학교 교목이 졸업 예정자들을 데리고 수련회를 하였습니다. 목사님 생각이 졸업하는데 삶의 목표도 없이 방황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생겼습니다. 문득 예수님처럼 학생들의 발을 씻겨 주기로 하였습니다. 한 명, 두 명, 세 명, 발을 씻어 줍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놀리고 장난하고 농담하거니 네 명, 다섯명 씻기면서 분위기가 숙연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서서히 울먹이는 분위기가 되었지만 묵묵히 발을 씻어 줍니다. 다 씻어 주고 돌아서서 나오면서 “내일 모레면 졸업이지. 아직도 생의 목표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말이 되겠니? 이 산을 내려가기 전에 하나님 앞에서 결정해야지.” 조금 뒤부터 그 방에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둘러 앉아서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주여. 나도 남의 발을 씻어 줄 수 있게 하소서. 주여. 이 민족의 발을 씻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 학교가 명문은 아니지만 인재가 많이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발 씻어 주시는 주님을 만났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신앙의 대상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계신 곳이 어디입니까? 저 높은 하나님의 나라? 표현이 불가능할만큼 좋은 곳에서 모든 사람의 선망의 대상으로 영화로운 보좌에 앉아 계실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던 주님은 오늘도 삶의 현장에 계시면서 언제든지 주님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가 주시고 만나주시며 모든 문제를 풀어주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한 번도 높은 자리를 차지하신 적이 없습니다.

대접받는 자리에 앉은 적이 없습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5). 마굿간 말 구유에서 부터 시작하여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소외된 사람, 버려진 사람들을 찾아 위로하고 격려하며 용기를 주셨습니다. 제자들을 가르치시면서도 군림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그들의 발을 씻어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높은 보좌를 생각하는 사람은 예수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출세하고 성공하고 잘되는 곳에서는 예수님 만나기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오히려 허리를 굽히고 낮아진 사람, 섬기는 사람, 스스로 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함께 계시면서 세상을 통곡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약하다고, 가난하다고, 병들었다고 실망하고 낙심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이루어 가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