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로새 지역에 거주하는 빌레몬은 상당한 재력자로 사업차 에베소에 들렸다가 복음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바울이 에베소에 3년간 머물며 복음 전할 때 회심하고 복음 사역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부인의 이름이 압비아인데 헌신적으로 섬기고 봉사하였습니다. 아들은 아킵보라고 하는데 골로새, 히에라볼리스, 라오디게아 교회를 순회하면서 견고하게 하는 일을 탁월하게 수행하는 귀한 일꾼이었습니다. 이들에게 바울이 로마 감옥에서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것이 신약성경 18번째 책인 빌레몬서입니다. 25절로 된 짧은 서신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독특성과 사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특별한 서신입니다.

오네시모에 대한 부탁이 있습니다

원래 빌레몬에게 오네시모라는 종이 있었습니다. 게으르고 불평과 불만이 가득한 사람으로 행실이 좋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오니 주인의 돈을 훔쳐가지고 도망했습니다. 대도시 로마에 와서 자유롭게 살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가지고 온 돈이 떨어지니 또 도둑질을 하다가 붙잡혀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감옥에서 바울 사도에게 복음을 받고 변화되어 새사람이 되었습니다. 오네시모의 형기가 마쳐서 감옥에서 나가게 되니 충성된 두기고와 함께 골로새 지역의 원주인 빌레몬에게 보내면서 이 편지를 들려 보냈던 것입니다. 당시 도망쳤던 노예에 대한 잔인한 복수가 행하여졌지만 오네시모는 옛 주인 빌레몬에게 보내졌던 것입니다. 교회에서 인정받는 일꾼, 두기고와 함께 가기 때문에 든든했던 것입니다. 더구나 바울 사도가 빌레몬에게 편지로 오네시모를 추천하면서 형제처럼 대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오네시모가 구원받고 보니 빌레몬은 불평스러운 주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사랑이 많을 뿐 아니라 매우 친절하고 은혜로운 주인이었던 것입니다.

책임이 없는 자유는 결코 자유가 아닙니다

오네시모가 살았던 골로새의 빌레몬 가정은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다만 오네시모가 복음을 받고 변화되었습니다. 변화되어 자기의 삶의 현장을 다녀보니 그 현장은 완전히 다른 곳이었습니다. 자신이 변화되어 주인을 보니 주인은 착하고 의로운 사람이요 넓은 아량을 가지고 아랫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인 것이 보였던 것입니다. 진정한 자유는 자기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비록 노예지만 오네시모가 자기의 책임을 충실하게 감당했더라면 그는 그 위치에서 최상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도는 그를 “이후로는 종과 같이 대하지 아니하고 종 이상으로 곧 사랑받는 형제로 둘 자라”(몬1:16)고 천거하였지만 그가 옛날같이 게으르고 책임을 무시하고 불평과 불만을 일삼는다면 어떤 모양의 자유도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옛날만이 아니라 지금도 동일한 원리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좀 더 자자, 좀 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 더 누워 있자 하면 네 빈궁이 강도 같이 오며 네 곤핍이 군사같이 이르리라”(잠6:10~11). 바울은 빌레몬에게 부탁합니다. 오네시모를 종과 같이 대하지 말고 사랑받는 형제처럼 대하라(15~20). 복음 안에서 노예제도는 폐지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네시모가 변화되었기에 과거처럼 불평, 불만, 게으름을 부리는 자가 아니라 사랑받는 형제처럼 최상의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당시의 제도나 문화를 뜯어고치거나 잘잘못을 가리려는 의도보다 그리스도인이 주어진 환경을 어떻게 극복하고 제도와 현장에서 최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가를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진정한 자유인입니다

바울사도는 오네시모를 용서하고 로마로 보내서 자신의 수발을 도와달라고 하지 않고 자신이 곧 자유의 몸이 되어 골로새의 빌레몬 가정을 방문하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오네시모가 자유롭게 되어서 바울은 돕는 새로운 인물, 디모데 같은 인물이 되게 해 줄 것을 바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오네시모는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복음의 진보를 이룰 뿐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새사람으로 변화된 오네시모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봉사를 빌레몬도 받게 될 것입니다.

쓸모없어서 버려야 했던 사람,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었던 사람이 복음으로 새사람이 되었고 그 가능성을 보았던 바울은 수고를 아끼지 않고 갈고 다듬어서 위대한 하나님의 일꾼으로 자랑스럽게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