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절기상 부활 전 앞 주일을 종려 주일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선지자들이 예언한대로 어린 나귀를 타시고 평화의 왕으로 예루살렘 성으로 들어가시는 것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예수님의 공생애 3년 반 동안 병자들을 고치시고 귀신을 쫓아내시고 기적을 행하시며 죽은 자를 살리신 주님이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신다는 소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소리 지르면서 맞이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겉옷을 벗어서 길에 깔기도 하였습니다. “앞에서 가고 뒤에서 따르는 무리가 소리 높여 이르되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하더라”(마 21:9). 그리고 5일이 지났습니다. 그렇게 소리 지르던 사람들을 유대인 지도자들은 선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선동된 그들은 목소리를 높여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강도 바라바를 석방시키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50여 일이 지났습니다. 다락방에 모여 기도하던 무리들에게 성령님이 임하셨습니다. 속에서 불이 붙은 그들이 사람들에게 외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즉 이스라엘 온 집은 확실히 알지니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를 하나님이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느니라”(행 2:36).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임으로 하나님의 원수가 되어 영원히 저주받아 멸망하게 된 것입니다. 너무나 답답한 그들이 사도들에게 부르짖은 소리가 <형제들아, 우리가 어찌할꼬?>라는 것입니다.

감정은 진리가 아닙니다.

자기정체성의 빈곤에서 생기기 쉬운 감정의 기복이 자칫 큰 화를 부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그렇게 되어서 하는 것은 결코 칭찬받을 일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겉옷을 벗는다고 따라서 벗었고 남들이 소리 지르기에 분위기에 휩쓸려 함께 소리 질렀던 것입니다. 신앙고백은 극히 개인적입니다. 군중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개인의 구주로 영접하는 것입니다. 이런 개인적 경험이 확실할 때 온 세상이 다 배신하고 곁길로 간다 해도 흔들림 없이 진리의 길, 생명의 길을 갈 수 있는 것입니다. 기독교는 결코 감정을 무시하거나 필요 없다고 하지 않습니다. 삶을 풍성하게 하고 메마르지 않게 하는 것은 감정입니다. 다만 감정대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따르고 진리의 길에 서려고 하는 것입니다. 진리가 서지 않으면 감정은 사람을 망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 사람들의 변절은 진리에 견고하게 서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들만이 아니라 어느 누구도 진리에 바로 서지 못하면 같은 위험에 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사랑하고 용서하십니다.

대제사장들이나 백성의 장로들이 선동하였지만 실제적으로 소리 지른 사람들은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게 못 박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을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자기들의 죄를 자복할 때 오히려 사랑하시고 용서하셨습니다. 한없는 은혜를 베푸신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요일 1:9). 그들은 예수님을 버리고 돌아섰지만 주님은 그들을 버리지 않으시고 용서하신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매정하게 소리 질렀지만 주님은 그들에게 저주를 퍼붓지 않으시고 사랑으로 품으시고 감싸신 것입니다. 오순절 성령님이 강림하심으로 변화시켜 회개하게 하셨고 초대교회의 기적을 일으키는 주인공들이 되게 하신 것입니다. 십자가의 원수를 회개하게 하시고 구원역사의 현장에서 위대한 사역자가 되게 하신 분은 하나님이셨습니다.

그 무리 속에 나와 당신이 있습니다.

유럽의 한 화가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시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둘러선 군중 속에 전체의 그림과 조화가 되지 않는 차림새를 한 남자를 그려 넣었습니다. 그는 그림을 설명하면서 이 인물이 자신이라고 하였습니다. 시대와 역사를 초월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놓고 볼 때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도록 만든 죄인이 나라는 것입니다. 나라는 죄인 때문에, 폭도나 다름없으나, 비록 소리를 지르지 않았지만 직·간접적으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게 만든 죄인이 우리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2000년 전 그 현장에는 없었지만 내 삶의 현장에서의 삶의 내용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친 것과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 아직도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형제들아 우리가 어찌할꼬? 우리 모두가 겸손하게 엎드려 외쳐야 할 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