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발걸음으로 처음 교회에 오던 날을 기억합니다. 전도사인 동생의 첫 사역지에 가서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참된 주인을 섬기는 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참된 자유를 잃어버리고 살던 저의 모습은, 세파에 지치고 찌들어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어진 죄인의 그것이었습니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도 떳떳하지 못했고, 이룬 것 없이 짊어져 버린 서른이라는 나이 또한 나를 옥죄는 올무와 같았습니다. 모든 무거운 짐과 고난들 속에서 내 스스로 서 있기에는 너무 무겁고 힘들어 도망치고 싶은 심정으로 예일교회를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곳에 계셨습니다.

어린 시절 끊임없이 하나님을 찾고, 함께 해 주시길 기도했었던 그 날의 기도가 지금 응답받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감사했습니다. 하나님을 떠났다 다시 돌아온 탕자와 같이 지친 몸으로 교회에 앉아 기도하는 저에게 주님이 말씀하시고, 만져주시는 것을 느끼고, 감사했습니다. 그 감사 속에서 그동안의 죄와 허물이 자연스러운 회개로 해결되는 것이, 하나님이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기다리시며 또, 지금 너무나도 기뻐하고 계시다는 것이 느껴져서 혼자 가만히 엎드려 참 많이 울었습니다.

동생이 전인적 치유 수양회를 가보라고 넌지시 이야기 해 줄 때, 내 맘속에는 그리스도를 새롭게 영접하고 성령 충만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거룩한 일꾼이 되리라는 결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양회에서 주님을 새롭게 만나고, 방언의 은사를 받고 결단하는 심정으로 울며 기도할 때에 예수님이 직접 만져주시고 치유해 주시는 그 감격이란, 세상의 어떤 말이 있어 그것을 옮겨 놓을 수 있을까요? 오직 그리스도의 주인 되어주신 은혜만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고백하건대 훈련을 받는 기간 동안 제가 기대한 것은 좀 더 기적적이고, 드라마틱하며, 눈에 확연히 드러나는 변화였습니다. 오순절 마가의 다락방에서 성령을 받은 120명의 신자들이 세계를 변화시키고 그 땅을 점령한 것처럼, 저도 이 훈련을 통해 날마다 새 능력과 새 힘을 얻어 열정적인 복음의 군사가 되어 누구나 인정하는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었고, 또 그렇게 되리라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그 변화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배워오던 성경공부나, 읽었던 책들 속에서 이미 들어본 내용도 상당수 들어있었고, 커리큘럼 자체가 매우 빽빽한 일정 속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날 배운 것들을 그 주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일이 처음에는 매우 힘들었습니다. 모르는 부분도 많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것들도 많았고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한 새로운 배움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의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주일에 임박해서야 손을 대곤 하는 불성실과 게으름도 있었습니다. 배우는 지식만큼 자라지 못하는 신앙의 모습 때문에 점점 지쳐가고 양육반이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훈련이란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어떤 기적적인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꾸준히 준비하고, 내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부어 완성해 나가야 할 사명과 같은 것 이었습니다.

양육반을 통해 배우게 된 성령의 인도하심과 진정한 회개에 대한 참된 깨달음을 주일예배와 금요철야기도회 등의 예배를 통해 실제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매주 배움을 가질 때마다 이러한 훈련은 한순간이나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나를 깎고 다듬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군사가 되고자 하는 나 스스로의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성경에서 읽고, 큐티로 들으며, 기도함으로 깨닫게 해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훈련받은 40년처럼, 요셉이 보디발의 노예로 살았던 그 시간들처럼 하나님께서 조금씩 저를 다듬고 만드시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를 옭아매던 조급함과 자괴감은 차차 기도하며 제어 할 수 있게 되었고, 대신에 하나님과 형성된 인격적인 관계를 통해 더 다듬어지고 자라나는 신앙을 느끼며 기쁨이 날마다 커지고 있습니다.

양육반을 마쳤습니다. 경건은 이루어지고 유지되는 것이 아닌 연습과 훈련을 통하여 완성해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참으로 경건한 사람은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사람임을 이제 배우고, 앞으로 더욱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나를 완성시켜 하나님께 내어 드릴 생각을 하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뒤를 돌아보면, 어느 것 하나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시지 않은 것이 없어 감사한데, 앞을 내다보니 여전히 함께 하실 하나님 때문에 더욱 더 기대하고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기도합니다. 이제 어린아이와 같은 신앙이 좀 더 자라나서 초등학생 쯤 되었다 생각하면 앞으로 더 자라야 할 일이 까마득하지만, 그때 그때 가장 좋은 풀을 먹이시는 예수님과 함께 이 길을 즐겁게 걷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나누고 기도하며 양육의 과정을 같이 할 수 있었던 양육반 3기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끊임없는 노력과 보여주신 미소가 저에게 가장 큰 감사요 은혜였습니다. 더욱 더 정진하여 우리 예수님 오실 때 모두 함께 큰 상 받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