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 비전트립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생각 가운데 비전트립의 목적이 뚜렷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단기선교가 아닌데... 비교적 성장한 후에 예수님을 만난 나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서 생활하면서 수련회라든지 단기선교 등에 익숙한 여느 청년들과는 사뭇 다른 마음으로 비전트립을 대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쩌면 말의 차이 뿐인지도 모르지만 비전트립과 단기선교의 단어마저 혼용하는 청년들이 아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올해 초 나를 포함한 청년부 새 임원들이 일을 시작하면서 하나님이 시키신 일이면 일견 그릇된 길인 듯 보여도 반드시 할 것이고, 하나님이 원하시지 않는 일이라면 당연히, 그리고 늘 해오던 일이라 할지라도 과감히 하지 않겠노라고 약속했던 것이 생각났다. 매년 늘 하던 행사이기 때문에 그냥 할 수는 없었다. 이번 비전트립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약속의 말씀을 위해 기도하던 중 창세기 3장9절, 하나님이 아담에게 말씀하신 ‘네가 어디 있느냐?’라는 말씀에 감동이 왔다. 이것이 우리 청년들 한 명 한 명을 향한 하나님의 물으심이라는 확신 가운데 중국을 향한 한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처음에는 7박8일간의 여정에 초점을 맞추고 사전 준비는 그 기간을 위한 준비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하나님의 일하심을 날마다 목도하면서 사실은 이 모든 기간이 ‘네가 어디 있느냐?’라고 물으시는 하나님을 향해 끊임없이 대답해야할 기간임을 깨닫게 되었다. 단기선교를 다녀온 수많은 간증문들을 보면 모든 과정 중에 하나님이 인도하신 것에 대한 감사내용이 늘 포함되어 있었는데 솔직히 마음 깊이 공감할 수는 없었다. 첫째는 내 경험이 아니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지속적인 것이 아닌 가끔 일어나는 기적과도 같은 것이라는 소극적인 믿음 때문이었다. 이제는 고백할 수 있다. 하나님은 살아서 역사하시고 내 삶의 아주 구체적인 순간마다 일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내가 준비되었다고 생각하고 뿌듯해 할 때 과감히 치시는 하나님도 만났고, ‘하나님 도저히 못하겠어요’ 할 때 일방적인 은혜로 도우시는 하나님도 만났다. 특히 출발 일정이 다른 경민 자매의 비행기표가 구해지지 않아서 계속 기도만 하고 비자발급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결국 하나님께서는 비자발급이 가능한 마지막 날 새벽에 비행기표를 구해주심으로 기도에 응답하셨는데 이를 통해 어차피 하나님의 뜻을 이루실 것이지만 우리들의 기도의 분량이 차기를 기다리시는 하나님의 마음도 알게 되었다. 그 날 이후로 비전트립 기간 내내 직접 인도하실 하나님을 신뢰하는 마음과 더불어 기도의 분량을 채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깨닫게 되었다.

중국에서 노력봉사를 한 것은 값진 경험이었다. 첫 날 그곳에서 사역하시는 목사님과의 간담회 때에는 사실 내게 없던 민족이라는 개념에 대한 특별한 집중 때문일까 그 분의 사역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땡볕 아래서 유치원 창틀에 빨간 페인트칠을 하면서 지금 이 붓 터치하나가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 그 큰 그림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자 우리 교회가 지향하는 사역의 방향, 그리고 중국 현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역의 방향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 가운데 드러나는 동일성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청년들 한 명 한 명을 돌아보니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고 어쩌면 눈에 보이는 비전이 모두 다른 우리가 이렇게 동일한 건물 하나에 달라붙어서 다른 영역을 페인트칠 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세계비젼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가 훈련 받으면서 늘 말하는 같은 말, 같은 뜻, 같은 마음이라는 것이 현상으로 드러날 때 뿐만 아니라 일견 다른 말을 하고, 다른 행동과 다른 마음을 품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 중심에 심겨진 동일한 하나님의 비전을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 또 얼마나 섬세한 일인가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깨닫게 하시는 비전이 개인적인 차원의 것인지 청년부 리더로써 깨달아야 하는 것인지 하는 부분은 늘 조심스럽지만, 우리 청년들이 함께 훈련 받고 교제 나누는 가운데 진정한 연합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드러나는 동일성을 환영하는 것보다 드러나는 차이를 기뻐하고 숨어있는 동일성을 찾아내는 것이 더 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개인적인 은혜도 많이 받았음을 고백한다. 가슴 속 깊이 학문에 대한 열정을 부어주시고 페인트칠로 세계비전을 이룰 수 있는 것처럼 밤새 종이와 씨름하며 계산하는 과정 또한 세계비전을 이루는 하나님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셨다. 또 주야로 함께 생활하는 가운데 마음의 어려움까지도 민감하게 발견해서 서로를 챙겨주는 지체들을 보며 내게 부족한 것을 깨닫는 바가 있었고, 연변지역과 북한의 현실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은혜도 받았다. 건강을 지켜 주시고 이 모든 경험을 하도록 인도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